포뮬러원은 단순히 가장 빠르게 달리는 스포츠가 아니다.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팀 전략가가 매 순간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드라이버가 극한의 속도를 유지하는, 말 그대로 ‘총체적 전략 스포츠’다. 특히 피트스톱과 타이어 전략은 레이스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겉보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과학적이다. 수 초 안에 승부가 갈리는 이 전략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F1이 왜 ‘모터스포츠의 정점’ 이라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1. 타이어는 곧 레이스의 리듬을 만든다
F1 타이어는 일반 도로용 타이어와 완전히 다르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놀라울 만큼 금방 닳는다. 보통 두세 바퀴만 과하게 밀어붙여도 퍼포먼스가 급격히 떨어지고, 열이 너무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그립이 없어지며 속도가 크게 줄어든다. 그래서 팀은 타이어의 성능을 ‘사용 가능한 창(Operating Window)’ 안에 유지하는 데 모든 신경을 쓴다.
타이어는 크게 소프트–미디엄–하드 세 종류가 있고, 레이스마다 성능 차이와 내구성은 바뀐다. 소프트는 빠르지만 빨리 닳고, 하드는 오래가지만 그립이 떨어진다. 문제는 그 어떤 레이스도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드 타이어로 오래 달리며 피트스톱을 줄이는 전략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트랙 온도, 트래픽 상황, 세이프티카 가능성, 차의 셋업까지 모두 고려해야 ‘최적해’가 나온다. 이 복잡미묘한 균형이 바로 타이어 전략의 핵심이다.
2. 피트스톱 : 단 2초 안에 이루어지는 고도의 예술
F1 피트스톱은 보통 2초 내외다. 팀에 따라 1.8초대 기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과정은 엄청나게 정교하다. 한 차에 20명이 넘는 크루가 동시에 움직이고, 0.1초의 실수가 레이스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피트스톱은 단순한 타이어 교체가 아니다. “언제 들어올 것인가?” 라는 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타이밍은 레이스의 흐름을 바꾸는 ‘전략적 도구’다. 흔히 보는 전략적 판단은 다음과 같다.
- 언더컷(Undercut): 먼저 피트인해 새 타이어로 빠른 랩 타임을 내며 앞차를 추월하는 전략
- 오버컷(Overcut): 트랙 포지션을 유지하며 더 오래 달려 상대보다 좋은 상황을 만드는 전략
- 세이프티카 활용: SC 상황에 맞춰 피트스톱 손실 시간을 최소화
- 타이어 웨어(마모) 모니터링: 드라이버가 언제를 한계로 느끼는지, 실제 타이어가 어느 정도 남았는지 분석해 최적 타이밍 결정
이 모든 계산은 레이스 중 실시간으로 변하고, 전략가들은 수십만 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며 단 하나의 선택을 내린다. 그래서 피트스톱은 단순히 ‘빠르게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작업’이라기보다, 마치 체스에서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수와 같은 존재다.
3. 타이어 관리 : 드라이버의 감각이 전략을 완성한다
F1 드라이버는 최고 회전수의 엔진보다 빠르게 뇌를 회전시키며 타이어 상태를 느낀다. 그립이 떨어지는 시점, 트랙 온도 변화, 코너에서 미세하게 늘어나는 슬라이드 - 이것들을 촉으로 감지한다. 이 정보는 곧바로 팀에 전달되고, 전략팀은 데이터와 드라이버 감각을 결합해 다음 스틴트 전략을 수정한다.
예를 들어 같은 미디엄 타이어라도, 어떤 드라이버는 25랩을 유지하지만 또 다른 드라이버는 18랩이 한계일 수 있다. 스타일 차이, 코너 공략 방식, 브레이킹 타이밍 등 작은 차이가 수 초의 그립 손실로 이어진다. 즉, “타이어 관리가 좋은 드라이버” 는 단순히 타이어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차를 최대한 빠르게 몰면서도 마모를 최소화하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다.
4. 전략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드라마
F1에서는 빠른 차가 항상 이기지 않는다. 전략이 완벽하면 한 단계 빠른 차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다. 반대로 아주 강한 팀도 전략 한 번 잘못 선택하면 승리를 놓친다.
예를 들어, 트랙 포지션이 중요한 서킷에서는 언더컷을 통해 한 번에 레이스 흐름을 바꿀 수 있고, 타이어가 잘 버티는 날에는 원스톱 전략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대로 기상 변화가 크면 인터미디엇–슬릭 전환 타이밍, 빗물의 양, 트랙 건조 속도에 따라 의외의 승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F1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종종 300km/h로 달리는 직선이 아니라, 피트월에서 전략가들이 내리는 한 통의 결정일 때가 많다.
5. 타이어와 피트스톱은 F1의 보이지 않는 심장
F1은 기술, 인간, 전략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종합 예술이다. 그중에서도 피트스톱과 타이어 전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레이스의 흐름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심장’ 과 같다.
짧고 빠른 피트스톱, 정교한 타이어 전략,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드라이버의 감각은 매 레이스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며, 팬들이 F1에 열광하는 이유가 된다.